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 조선소’를 찾아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의 건조 실태를 파악했다고 8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방문 장소와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통신은 당 간부들과 조선소를 시찰하는 김 위원장 옆으로 핵추진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선체의 하부가 보이는 사진도 보도했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핵잠수함 보유를 5대 과업으로 정한 북한은 지난해 1월 건조에 착수한 사실을 밝힌 바 있지만, 건조 현장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북한이 언급한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인 이른바 ‘전략핵잠수함’(SSBN)을 뜻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략유도탄이라고 표현했으므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겠다는 의미이고, 사진상으로 잠수함 규모를 추정했을 때 단거리 무기인 순항미사일보다 탄도미사일 탑재를 목표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이 건조 중인 핵추진 잠수함은 2023년에 진수한 김군옥영웅함보다 2배가량 큰 5000∼6000t급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공개는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에서 “비할 바 없이 위력적인 함선들이 적대세력들의 악습화된 ‘포함외교’를 제압하는 핵강국의 강한 억제력으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함외교’는 과거 제국주의 열강이 군함 무력시위로 약소국을 굴복시킨 것처럼 군함을 활용해 상대국에 압력을 가하는 외교 정책을 뜻한다.지난 2일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함과 지난달 10일 핵추진 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의 부산 입항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10일부터 시작되는 FS 연습에 맞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현실화한다면 미국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연료 공급 없이 오랜 시간 잠항할 수 있어 탐지가 어렵다.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태평양의 미국 근해로 조용히 이동시킨 후 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이 경우 본토 공격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북한과 핵 군축·동결 등 ‘스몰 딜’ 협상에 임하면서 한국의 안보 불안이 심화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해상방위력은 제한된 수역이 따로 없이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임의의 수역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행사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이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핵추진 잠수함을 단기간 내 완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도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의 일부를 공개하자 러시아로부터 소형원자로 등의 기술을 이전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군 현대화를 김정은 차원에서 표면화한 것은 북·러 협력을 저변에 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통해 단기간 내 해군력 현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4000∼5000t급으로 추정되는 구축함 또는 호위함 건조 장면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건조 현장을 방문한 지난해 말 보도와 비교했을 때 함교의 레이더 장착 부분이 채워져 있는 등 건조에 진척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소나(Sonar·음파탐지기) 탑재부를 갖춘 함정도 포착됐다. 북한이 신형 함정들에 수직 발사대를 설치해 다양한 미사일을 운용하면서 해상 위협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저작권자 ⓒ 뉴스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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