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이영민기자] 국내에서 유통되는 ‘먹는 샘물’ 제품에서 1ℓ(리터)당 직경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1.32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온 가운데, 정부 기관이 모니터링 결괏값을 공식 산출한 것은 처음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022~2023년에 국내 생수 30여개 제품을 모니터링해 분석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5일 밝혔다. 검출률은 88.1%, 주로 검출된 플라스틱 종류는 PET(페트),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이었다. 미세플라스틱은 직경 1㎛~5㎜(5000㎛)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의미한다. 20㎛은 머리카락 굵기(100㎛)의 5분의 1 정도다.
미세플라스틱은 5㎜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그중에서도 나노플라스틱은 1㎛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이다. 사진 UNEP
ℓ당 1.32개의 검출량은 우리나라 연안 표층의 바닷물 조사 결과보다 약간 적은 값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20~2022년 한반도 연안 15개 권역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해역 표층에서 20㎛ 이상 미세플라스틱이 리터 당 1.82개꼴로 발견됐다. 이는 해양 생물들에게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간주하는 미세플라스틱 농도 상한값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한다.
앞서 식음료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생수보다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과일 음료에서 ℓ당 직경 20㎛ 이상인 미세플라스틱이 40개, 맥주는 10개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해조류나 티백, 젓갈에서는 수천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 “문제는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 생수 시장은 먹는물관리법이 제정돼 생수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5년 727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 3000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1년 조사에서는 물을 마실 때 생수를 구매해 마신다는 비율이 32.9%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번 생수 조사가 20㎛ 미만인 미세플라스틱과 이보다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직경 1㎛ 미만)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는 “현재 문제 제기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20㎛보다 작은 단위이기 때문에, 먹는 샘물 조사 결과 수치가 작더라도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 컬럼피아대 연구팀은 생수 1ℓ에 약 24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 국립과학학회보(PNSA)에 게재했다.
아직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학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심장과 뇌를 포함한 장기로 이동할 수 있고, 태아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축적이 계속될수록 유해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경동맥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환자가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최대 4.53배 높았다는 연구 결과(이탈리아 캄파니아 의대)가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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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분석 표준화 시작…“내년에는 1㎛까지 분석”
종류별 미세플라스틱 모습. 순서대로 PE(폴리에틸렌), PS(폴리스티렌), PMMA(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입자.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부는 이번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미세플라스틱 분석법을 표준화한 뒤 처음으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국제 표준분석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연구나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며 “내년에는 1㎛까지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들여와 분석 방법 표준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표준분석법은 내년 말께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공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현재 ISO의 분석법 개발 현황을 토대로, 당장 국내에서 통용할 수 있고 향후 발표될 국제 표준에도 근접한 분석법을 5일 민관이 참여하는 ‘먹는샘물 관리 선진화 토론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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