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이영민기자] 지난 18일 방영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선 감칠맛 쇼가 벌어졌다. 이 프로는 엄마와 셰프의 요리를 맛보고, 엄마가 한 음식을 찾는 푸드 추리 예능이다.
이날 출연한 배우 고은아의 어머니 한성숙씨는 2% 부족한 맛을 채우기 위해 미원을 집었다. 한 씨는 “미원은 사탕수수로 만들기 때문에 절대로 몸에 해롭지 않다”면서 “맛있으라고 먹는 음식인데 2% 부족할 때는 MSG를 넣어 먹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한 씨의 맛을 흉내내야 하는 스타 셰프들도 모두 미원을 집어 들었다. 출연진들은 “미슐랭 셰프들이 MSG를 쓴다”며 재밌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출시 66주년 맞은 미원…종합식품기업 대상 효자 식품으로
1956년 탄생한 미원이 올해로 출시 66년을 맞았다. 과거 L-글루타민산나트륨(MSG) 유해성 논란으로 수요가 줄었던 미원은 누명을 벗은 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자)까지 고객층을 확대 중이다.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미원의 매출액은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소비자들이 소매점에서 직접 구입한 금액은 400억원이 넘는다. 미원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소매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원이 여전히 대한민국 가정집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원은 1956년 출시된 우리나라 최초의 조미료다. 미원을 만든 대상(22,200원 ▲ 250 1.14%)그룹 창업자 고(故) 임대홍 회장은 국내시장을 장악한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대체할 수 있는 조미료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조미료의 성분인 ‘글루탐산’을 연구하기 위해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년 후 임 창업주는 부산에 대상그룹의 모태가 되는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세웠다.
어떤 음식이든 미원을 조금씩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나며 미원은 날개 돋힌 듯 팔렸다. 60년대에는 최고의 명절 선물로 통했다. 미원의 독주에 CJ제일제당은 1963년 ‘미풍’을 출시했다. 당시 조미료 시장을 놓고 미원과 미풍의 사은품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미원은 1970년 10월 2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9회 세계식품콘테스트’에서 1등으로 선정되며 품질 우수성을 증명했다. 1980년대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며 조미료 R&D 투자를 늘렸다. 1982년 2세대 종합 조미료 ‘미원 쇠고기 맛나’를 출시했다.
이러한 조미료 시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대상은 1990년 육가공 제품을 비롯 다양한 냉동식품을 선보이며 종합식품기업으로 발전했다.
◇MSG 유해성 논란에 ‘휘청’…누명 벗은 뒤 ‘승승장구’
잘나가던 미원도 위기를 맞았다. 1990년대 초 럭키(지금의 LG생활건강)가 ‘맛그린’을 출시하면서 ‘MSG 무첨가 마케팅’을 펼친 게 발단이 됐다. 유통가에는 ‘MSG는 화학물질이며 건강에 해롭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미원은 정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MSG 유해성 논란이 공론화되면서 누명을 벗게 됐다.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MSG는 무해하다고 평가했고,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MSG에 대해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식약처는 이후 2018년 1월에는 식품첨가물 분류에서 ‘화학적 합성첨가물’이라는 용어를 완전히 퇴출시켰다.
최근 들어선 오히려 MSG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7년 6월 국제아미노산과학연구회는 MSG가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에 의한 위손상으로부터 위점막을 보호하고 위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 식품영약학자인 스티븐 위덜리 박사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서는 MSG를 적절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누명을 벗은 대상은 미원의 마케팅을 전환했다. 2014년에는 제품 명을 ‘감칠맛 미원’에서 ‘발효 미원’으로 바꿨다. ‘나트륨 저감 효과’를 앞세워 건강한 조미료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심는 데 주력했다.
◇MZ세대 겨냥한 ‘흥’ 마케팅, 눈길 끌어
마케팅 대상도 ‘4060′에서 ‘2030′으로 세대를 낮췄다. 30~40대 여성을 모델로 해 ‘감칠맛’을 강조했던 광고는 30대 아이돌 출신 방송인이나 배우를 발탁해 ‘재미’를 강조했다. 대상 관계자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미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이들에게 더욱 친밀한 브랜드로서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에는 ‘부캐(부캐릭터)’ 전성시대를 맞아 미원의 부캐로 ‘흥미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본캐인 미원이 ‘감칠맛을 더해 음식 맛을 살린다’면, 부캐인 흥미원은 ‘세상사는 맛을 살린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특히, 미원 스페셜 패키지에 흥겨운 춤을 추는 흥미원 캐릭터와 ‘일상의 감칠맛 대폭발’ 문구를 적용해 일상의 흥을 돋우는 흥미원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미원의 BI(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패션 아이템도 개발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한정 판매했다. 대상 관계자는 “미원이 입 안의 즐거움을 넘어 일상의 즐거움까지 함께한다는 의미로 기획했다”면서 “굿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쏠리면서 무릎담요는 출시 1주일만에 완판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원의 광고 ‘감칠맛 내는 조연’은 브랜드에 인격과 서사를 부여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 광고는 지난 4일 발표된 ‘서울영상광고제 2021′에서 광고 캠페인 그랑프리(대상)와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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