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총리가 야스쿠니참배 거부한이유· 18살때 세례받은 기독교인
이영민 | 입력 : 2024-09-30
[뉴스줌=이영민기자] 10월 1일 일본 총리로 공식 취임하는 이시바 시게루(67·아래 사진)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는 외증조부부터 4대째 신앙을 이어온 기독교인이다. 기독교적 가치에 따라 화해와 반성을 중시해온 이시바 총재가 새 내각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새로운 반석을 다져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이표 일본 야마나시에이와대 전 교수는 29일 “이시바 총재는 일본기독교단 소속이자 외증조부인 가나모리 미치토모가 세운 돗토리교회에서 세례받은 신자”라며 “극우세력과 다른 양심적 정치·외교 활동이 기대된다.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일본기독교단은 1941년 태평양전쟁 전시 내각에 의해 모든 교파가 하나로 통합됐지만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장로교·감리교·조합교회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온 교단이다.
이시바 총재의 외증조부 가나모리는 도시샤대를 설립한 기독교 교육자 니지마 조의 제자로, 스승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뒤 목사가 됐다. 이시바 총재는 기독교 집안의 영향으로 교회 부속 유치원을 다녔고 18세 때 세례를 받았다. 학창 시절 교회학교 교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일본기독실업인회 주최 국가조찬기도회에 매년 참석하고 있다.
일본에서 기독교인 총리가 배출되는 것은 가톨릭 신자인 아소 다로(2008~2009년 재임) 이후 15년 만이며, 개신교인으로는 하토야마 이치로(1954~1956년) 이후 두 번째다.
이시바 총재는 국가조찬기도회 연단에 서거나 기독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신앙을 고백해 왔다. 일본 크리스천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지금의 일본 정치가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면 제발 고쳐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도할 때 항상 “당신의 일을 위해 나를 사용해 주십시오. 잘못을 바로잡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성경 구절로는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누가복음 18장 14절)를 꼽았다.
이런 기독교적 가치는 이시바 총재의 역사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크리스천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근현대사, 과거의 한·일 관계를 모른 채 외교적 노력을 하면 설득력이 없다”며 “위안부·영토 문제 등 일치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지만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것이 많다. 한국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선교단체들은 이시바 총재의 총리 취임을 계기로 일본 내 복음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수구 일본복음선교회(JEM) 대표는 “일본은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0.44%에 불과한 ‘영적 황무지’와 같다. 일본에 복음 전파가 활발해져 기독교적 가치가 실현되고 동시에 국제적인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회개에 앞장섰던 오야마 레이지(1927~2023) 목사가 한·일 관계에서 화해의 다리를 놓은 것처럼 이시바 총재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이시바 총재가 보수 정당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전 교수는 “막연한 기대나 희망은 더 큰 실망과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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