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불구속 기소

정진태 | 기사입력 2019/05/15 [19:58]

승리/불구속 기소

정진태 | 입력 : 2019-05-15


2019년5월15일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에 대해 107일 동안 대규모 수사를 벌여온 경찰이 뚜렷한 유착 고리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버닝썬 지분 보유자인 유인석(34) 전 유리홀딩스 대표의 골프·식사 접대를 받은 윤모(50) 총경에 대해선 김영란법이나 뇌물죄 적용 모두 무산됐다. 유착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김상교(29)씨가 제기한 역삼지구대 경찰관과 버닝썬 유착 의혹도 ‘무혐의’로 결론났다. 경찰은 “다각도로 수사했지만 혐의 입증이 어려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수사기관에 대해 신뢰를 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 총경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려 했으나 접대 금액이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형사 처벌 기준에 미치지 못해 최종적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청탁금지법 제8조에 따르면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해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 내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윤 총경이 받은 골프·식사 접대비용은 2017~2018년 동안 총 268만1407원으로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과태료 처분 대상은 될 수 있다.윤 총경에 대해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유 전 대표가 운영하던 강남 술집 ‘몽키뮤지엄’의 단속사항을 유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적용됐다. 윤 총경의 부탁으로 이를 확인해준 전 강남서 경제팀장 A경감도 같은 혐의 공범으로, 단속사건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전 강남경찰서 경제팀 B경장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윤 총경을 6회, A경감 7회, B경장 5회, 윤 총경 지인 C씨를 3회 불러 조사했다. 아울러 1만4000여건의 데이터 정보를 분석해 2016년 8월 1일 오전 11시쯤 A경감이 B경장으로부터 ‘증거자료로 단속경찰관 단속보고서와 내부사진이 있다’는 메시지와 ‘단속사진’을 전달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해 7월 말에는 몽키뮤지엄이 단속에 걸린 후 윤총경이 A경감에게 단속 관련 내용을 문의하자 사건 담당인 C경장을 불러 사건 내용을 파악한 후, 윤 총경에게 단속사실 및 사유를 알려준 것이 확인됐다. 윤 총경은 지인 C씨를 통해 유 전 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윤 총경이 유 전 대표로부터 받은 접대와 관련해 경찰은 윤 총경 본인의 주식계좌를 포함해 모든 계좌·카드내역, 부친 계좌 일부, 본인과 배우자 현금영수증 내역, 친인척 등 40여명의 금융정보분석원(FIU) 회신자료를 분석했다. 항공권 구매내역과 결제자 확인 작업도 거쳤다. 유 전 대표의 법인계좌·카드 사용 내역과 유리홀딩스 압수수색, 상품권·선물세트 구매자와 수령자 확인, 차명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확인했다. 또 윤 총경 개인·업무 휴대전화와 유 전 대표, 승리의 휴대전화도 포렌식했다.
그 결과 유 전 대표와 윤 총경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6번 식사를 하고 골프를 4번 같이 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윤 총경이 유 전 대표로부터 3번 콘서트 티켓을 받기도 했다. 2017년 두사람은 골프를 1번 쳤는데 이 때 윤 총경이 받은 접대비용은 30만1250원으로 파악됐다. 이 해에는 식사를 한 번 했으나 윤 총경이 접대를 받지 않고 자비를 냈다. 지난해에는 골프 63만8375원, 식사 35만8016원의 접대를 받았다. 윤 총경이 받은 콘서트 티켓의 비용은 세 차례 모두 합해 138만3766원이었다.

경찰은 윤 총경에 대해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뇌물은 직무에 관한 부정한 이익이기 때문에 금품과 직무행위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몽키뮤지엄 사건개입 시점과 최초 골프접대 시점이 시기적으로 1년 이상 차이가 나고, 당시 윤 총경의 직책, 접대금액과 횟수, 윤 총경이 일부 비용을 부담한 점, 골프·식사접대 자리에서는 별다른 청탁이 확인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 대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김상교씨가 제기한 역삼지구대 경찰관들과 버닝썬 간 유착관계도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경찰은 당시 버닝썬에 출동했던 4명을 포함해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 71명의 휴대폰 72대, 공용휴대폰 18대와 클럽 종사자 706명 간의 통화내역, 출동경찰관과 클럽 주요 종사자 등 36명의 계좌 거래상대방 등을 분석했다. 하지만 유착을 의심할만한 통화내역이나 계좌거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 폭행과 관련해선 버닝썬 영업이사 장모씨 등 2명은 공동상해 혐의, 최초 폭행자 최모씨는 폭행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하고 클럽 가드 6명에 대해서는 폭행 가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김씨는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과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의견송치키로 했다. 클럽 가드를 1회 폭행 후 가드봉과 전기릴 선을 집어던진 행위가 업무방해로 인정됐다. 추행 혐의는 김씨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 여성들의 진술과 CCTV 영상분석 감정결과를 미뤄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여성 3명에 대한 추행은 인정되지만 나머지 1명은 CCTV 영상이 없어 증거가 불충분해 불기소 의견으로 넘길 계획이다.

김씨가 “지구대 내 CCTV 및 순찰차 블랙박스 증거인멸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건과 관련해선 국과수 감정, 컴퓨터 포렌식, 영상 비교분석 등을 했지만 편집조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 의견으로 처리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김씨 체포 과정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송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지구대 CCTV, 순찰차 블랙박스, 바디캠 분석, 목격자 진술, 실황조사, 거짓말탐지기 검사 등을 실시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별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키로 했다.

다만 경찰은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미란다원칙 고지도 늦게 했다. 호송 중에는 경찰관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부분 등을 확인했다”며 “해당 경찰관들에 대해 청문감사 기능에 통보하겠다”고 전했다. 버닝썬-경찰 유착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다른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강남의 또 다른 클럽에서 미성년자 출입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경찰관 2명, 가수 정준영(30·구속)의 성관계 불법촬영 사건을 부실수사한 성동경찰서 경찰관 1명, 유흥업소에서 술접대를 받은 관악경찰서 경찰관 2명 등이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윤 총경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입건된 8명 외에도 3명의 경찰관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가 마무리되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기동/정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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