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월24일 자유한국당 차기 대표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 불출마를 촉구했다. 특히 황 전 총리가 출마하면 해묵은 친박(친박근혜)·탄핵 논란으로 보수 대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된 본인 출마설에 대해서는 스스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4일 김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본인 불출마와 함께 "당의 분란과 어려움, 혼란에 단초를 제공했거나 그에 대해 책임이 있는 분들, 당 기여가 확실하지 않은 분들은 출마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발언 중 상당 부분은 황 전 총리에게 집중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황 전 총리가 나오면 친박 프레임,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당 기여도 역시 낮아서 그나마 약해졌던 계파 논쟁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통합 방해는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통합에도 걸림돌"이라며 "2020년 선거를 공세가 아닌 수세로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거듭된 실정에도 수도권 선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김 비대위원장은 오 전 시장과 홍 전 대표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오 전 시장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지만 홍 전 대표에 관한 이야기도 당에 어떤 부담이 되는지 당원들이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탈당 이력, 홍 전 대표의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력을 겨냥한 지적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들이) 2020년 총선에서 험지로 출마해 당에 기여하고 당을 새롭게 하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며 "그런 각오를 다지면 저도 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덧붙였다. 본인 출마 여부에 대해선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제가 출마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분들이 정말 출마하겠다면 말릴 힘은 없지만 엄청난 역사적 무게와 소명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출마하고, 당선되면 죽을 각오로 당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작심 발언을 꺼냈지만 당권 경쟁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나 오 전 시장 모두 당권 레이스를 완주할 뜻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출마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 홍 전 대표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김 비대위원장의 불출마 촉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 상황이 누구는 하고, 누구는 뒤로 미루고 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선 모든 역량을 다 합쳐서 다음 총선을 이기고, 그다음 나라를 바로잡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김 비대위원장 지적에 대해선 "누가 나오면 공세적이 될 수 있겠느냐"며 "역량을 다 합하고 같이 모으면 된다. 반드시 우리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단합하고 새로워진 자유한국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당내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황 전 총리는 오전 인천경영포럼 특강에 참석해 "불과 1~2년 전 이복형을 독살하고 자기 고모부를 공개처형한 지배세력이 갑자기 귀엽게 바뀌었겠느냐"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국내 일각의 우호적 여론을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등 TK 지역을 순회하며 지지세를 모았다. [국회/정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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