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대란 결국 현실로, 이틀치도 안 남았다

이영민 | 기사입력 2022/03/29

시멘트 대란 결국 현실로, 이틀치도 안 남았다

이영민 | 입력 : 2022-03-29

 


 


[뉴스줌=이영민기자] 지난 25일 새벽 강원도 영월의 한 시멘트 공장 앞엔 시멘트를 실으려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수십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일주일 전 1~2시간이던 대기 시간이 이날 6시간까지 늘었다. 28일엔 이 공장에선 평소 출하량(6000t)의 3분의 1인 2000t의 시멘트가 출하됐다. 새벽부터 기다리던 트레일러 중 상당수가 빈 차로 돌아갔다. 이 시멘트 공장 관계자는 “수 주일째 전국 시멘트 공장에서 물량이 부족해 BCT 차량이 줄 서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생산 즉시 출하해도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연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멘트 수급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8일 현재 시멘트 재고량은 65만t이다. 이 중 장기 보관으로 시멘트가 굳어 판매할 수 없는 재고 30만t을 제외하면 사실상 재고량이 35만t에 불과하다. 봄 건설 성수기 때 전국 하루 출고량이 20만t인 것을 고려하면 이틀 물량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시멘트 부족으로 4월 전국 건설 현장이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5일 충북 단양의 시멘트 공장 앞에서 시멘트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BCT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한국시멘◇시멘트·레미콘 등 전방위적 충격

시멘트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연탄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에서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1t당 343.73달러까지 올랐다. 작년 3월 12일 가격(82.89달러)보다 4배 이상 올랐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수입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작년 수입한 유연탄 3643만t 중 75%(2721만t)가 러시아산이다. 통상적으로 시멘트 1t을 만드는 데 0.1t의 유연탄이 필요하고, 유연탄 가격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시멘트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을 반영해 시멘트 값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철근·레미콘 등의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역시 이르면 4월 초쯤 전국 건설 현장에 납품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는 지난 24일 회원사들에 “물가 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비협조적인 시공사에 대한 추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산업 전반 흔드는 원자재 값 인상

원자재 가격 인상은 산업 전반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건설업계의 자재수급 경기실사지수는 조사를 시작한 2017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66.8)을 기록했다. 시공 현장에서 느끼는 자재난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건설업계는 “시멘트·레미콘·하도급업체 등 건설 현장 전반에서 원자재 값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며 “분양가는 정해져 있는데,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당장 4월부터 건설 현장이 셧다운 될 위기”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망도 전쟁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 말 한 병(47L)에 200만원 정도였던 네온가스 가격이 최근 3500만원까지 뛴 것이다. 네온가스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 필수 재료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러시아에서 네온가스를 수입한다. 전체 수입 비중의 23%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가스 생산 설비가 폭격을 당하고 러시아와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중국 업체들이 네온 가스 가격을 작년 말보다 17배로 올렸다. 당장 중국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급 일정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개월 치 재고량은 확보돼 있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시일 내에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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